거버넌스의 현황과 과제

                                                                                         송 창 석 (거버넌스센터 교육원장)

           * 2021년 12월 13일 <거버넌스 우수활동 발표 및 분권자치 광주토론회>토론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들어가는 글

 아직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거버넌스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치 분야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 논외로 하고, 행정, 시민사회, 기업 등의 분야 중에서 행정 부문의 거버넌스 현실과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990년대 초 거버넌스라는 용어가 한국에 소개되고, 그동안 긴 시간을 지내오며 거버넌스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매김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과 관련자들의 불만제기, 탄식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필자의 주관적 경험과 판단에 기초하여 행정 분야, 특히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거버넌스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이비 거버넌스’ 전성시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버넌스는 일반적으로 정부와 민간부문간 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조직되고 일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변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진정한 거버넌스는 정부-시민사회-시장 간의 경계변화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통한 다양한 새로운 협치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거버넌스가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만병통치약처럼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먼저 공공의 비효율성과 부패 등 정부실패와 함께 사회적 양극화, 불공정 등과 같은 시장실패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NGO나 NPO 등이 출현하고 구체적 활동을 하게 된 근원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은 개념의 혼돈상태 즉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양한 정책적 과제들은 점점 사악해지고 있고, 처음 접하는 새로운 과제가 중첩되는 상황에서 행정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 모두가 헷갈리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드는 느낌이 커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버넌스 등장 배경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은 거버넌스가 서구에서 등장하게 된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호황기에서 이상적인 복지국가의 추진과 이후 경기침체로 야기된 국가의 재정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1980년대 보수정권이 집권하며 추진한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정책인 셈이다. 마가렛 대처수상과 레이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과 영국에서 전통적인 관료제에 의한 관리한계를 극복하고 시장친화적인 정부개혁으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이론인 것이다. 내용은 성과중심의 행정에 대한 강조와 함께 구조개혁의 요구, 민영화 조치, 시장과 민간 관리기법이 강조되는 혁신 분위기 확산과 정부재창조를 주창한 것으로 시장주의 신자유주의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 노젓기보다는 방향타적 정부, 지역사회 중심의 정부, 경쟁적 정부, 성과지향적 정부, 고객지향적 정부, 기업가적 정부, 미래에 대비하는 정부, 분권적 정부, 시장 지향적 정부, 참여적 정부로 대표된다.

‘뉴거버넌스론’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데, 미국의 도시들이 교외화 단계와 역도시화 단계를 거치며 심각한 도시재정의 악화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도시들은 재정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증세를 실시하지만 강력한 조세저항으로 한계를 보이고, 결국 고육지책으로 뉴거버넌스론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결국 신공공관리론이 등장하면서 도시기반시설, 공공서비스 제공, 도시문제 해결 등에 민간부문의 참여가 유도 되었고, 이는 도시정부와 민간부문간의 협력을 위한 도시거버넌스의 모델이 구축된 것이다. 내용은 행정사무를 관리하기 위해 정치〮행정 및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을 공동체주의, 참여주의의 인식론적 토대위에서 작동되었고, 시민을 주인으로서의 인식한 점이 특징이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범위가 확대되고, 불확실성과 복잡성 확대되는 여건에서 모든 주체 간 협조가 필요했고, 결국 유용한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여 책임전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특정 주체가 이익에 집착하여 뉴거버넌스 체제를 이용한 유착비리의 문제, 인적인 능력, 자본, 정보 등 격차로 민·관 주체들 간의 수평적 협력 여건이 미흡하고, 보편적 이론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신공공서비스론’이다. 신공공서비스론의 등장 배경은 전통적인 행정과 신공공관리론을 싸잡아 비판하며 등장한 이론으로 시민적 담론과 공익을 중시하면서, 시민중심적, 서비스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취한다. 즉 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보다 나은 생활을 보장하는 것으로 행정의 역할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론적 기초는 민주적 시민이론, 지역공동체와 시민사회이론, 조직인본주의, 담론이론, 포스트 모더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공공서비스론의 내용은 ① 정부는 시민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여 시민에 대한 통제를 줄이고 협력해야 하며, 시민을 신뢰하고, 시민의 요구에 대한 대응성을 높여야 한다. ② 지역 공동체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중시하고,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③ 관료제적 조직관리를 지양하고, 자아실현적 인간관계에 입각한 인간중심적 조직관리를 중요시하며, 시민의 요구에 관심을 가질 것을 제시한다. ④ 모든 당사자들의 진솔하고 공개적인 대화와 토론을 중시한다. 특히 이 이론은 행정의 역할과 공익에 대한 차이를 강조한다. 즉 행정의 역할로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은 행정이 수행해야 하고, 시민에게 봉사하며, 관료들의 인식 변화, 시민통제의 지양,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민과 지역공동체 이익에 관해 협상하고 중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공익이란 것은 부산물이 아니라 목표여야 하며, 정부는 공익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공익을 집단적 의미로 승화하기 위한 담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신공공서비스론의 7원칙을 전통적 행정이론과 신공공관리론 그리고 신공공서비스론의 관점에서 항목별로 비교·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공공서비스론의 7원칙(덴하트와 덴하트)

(1)공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 전통적 행정이론(공익=법률로 표현된 정치적 결정으로 인식)

- 신공공관리론(공익을 개인 이익의 총합으로 정의)

- 신공공서비스론(공익을 공유가치에 대한 담론의 결과로 인식)

 (2)정부의 역할은 봉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 전통적 행정이론(노젓기=정치적으로 결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 정책적 노력)

- 신공공관리론(방향잡기-시장의 힘을 활용하는 조정자적 역할을 정부가 해야)

- 신공공서비스론(정부역할은 시민에게 봉사, 공유가치 표명과 충족의 지원 역할)

 (3)관료들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시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 전통적 행정이론(시민을 고객과 유권자로 봄)

- 신공공관리론(시민을 고객으로 인식)

- 신공공서비스론(시민을 시민으로 보고, 구매력을 가지지 못한 시민에게 봉사해야)

 (4)기업가주의보다 시민의식을 중시해야 한다.

- 전통적 행정이론(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중시)

- 신공공관리론(정부의 기업가적 관리방식을 도입:기업가주의)

- 신공공서비스론(시민의 담론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민의식의 고취를 주장)

 (5)공동의 목표를 형성 〮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에 의한 계획과 민주적 실천이 필요하다

- 전통적 행정이론(공공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개괄적인 합리성을 중시)

- 신공공관리론(기술적 〮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

- 신공공서비스론(민주적 과정을 통해 협력적으로 공공목적 달성을 위한 전략적 합리성)

 (6)책임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다면적이다.

- 전통적 행정이론(계층제적 책임성:관료는 선출된 정치인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 신공공관리론(시장지향적 책임성:시민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을 중시)

- 신공공서비스론(시장뿐만 아니라 헌법, 법률, 지역공동체의 가치, 정치 규범, 행정의 전문적 기준, 시민의 이익 등에서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7)행정은 생산성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

- 전통적 행정이론(관료제적 규제와 통제를 통해 민주성,효율성,형평성 확보를 중시)

- 신공공관리론(기본적인 통제와 분권화된 관리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

- 신공공서비스론(모든 사람을 존중,그들을 협력적 네트워크에 참여시키도록 노력)

전술한 이론의 흐름과 상관없이 오늘날 국·내외 행정 및 정책적 환경은 거버넌스를 전제로 작동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탄소제로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으며, 인구절벽과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재정압박 등 각종 사회문제를 이제는 더 이상 전지전능한 공공부문 혼자서 해결할 방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도 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선5기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사회혁신’과 ‘참여’ 그리고 ‘거버넌스’를 중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분야에서 거버넌스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노인과 아동의 돌봄 전달체계 혁신, 주민자치, 참여예산제 등 공공 분야에서 의사결정 구조와 집행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절차와 주체를 형성하고 실행을 위한 중간지원 조직과 다양한 회의체를 신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거버넌스는 최종적인 목적이 아닌 수단, 즉 일하는 방식이다. 왜 거버넌스를 해야 하는지?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업무가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위장된 거버넌스’ 또는 ‘사이비 거버넌스’, ‘무늬만 거버넌스’라는 냉혹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도 부인할 수는 없다. 민간은 민간대로 불만이 커지고 있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거버넌스를 추진하며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찾지 못하고 서로 피로감만 호소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정치과잉 현상으로 모든 것을 좌파정책 내지 특정한 인물의 잘못된 정책인 것으로 폄하하는 모습도 치졸하고 눈에 거슬린다.

이와 같은 평가가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거버넌스를 주요정책으로 내세운 자치단체장이나 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이 거버넌스의 철학과 등장배경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류에만 편승하다보니 구체적이고 세밀한 준비와 이행점검 등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명확한 인식과 지속적인 추진의지의 피력과 점검체계의 작동이 전제되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우리의 행정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그동안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를 해도 행정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으면 별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히 우리나라는 철옹성의 관료공화국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와 같은 관료집단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현재의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직업공무원제도의 혁신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적극적인 자치단체장 몇 명의 선도적인 모습이 보이고는 있으나 너무나 미미한 상황이다. 이미 관료에 의한 새로운 억압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헌법 개정이 원하는 대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헌법 개정을 고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 거버넌스 왜 어려운가?

행정부문의 거버넌스는 왜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는 시민참여, 거버넌스의 필요성과 그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무원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제도와 규정을 만들고 평가, 즉 정리 매듭짓고 넘어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의 경우에는 단체자치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중앙을 통한 지침행정, 예산 소화행정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책임성에 기초해서 자치를 운영할 수 있는 자치분권과 주민자치 활성화가 강조되는 것이다. 이것도 장기간의 학습과정이 필요하고 시민력이 담보되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공무원의 인사제도의 문제이다. 채용과 승진도 문제이지만 잦은 순환보직의 문제가 시민과의 신뢰구축 형성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읍·면·동 차원으로 내려가면 현재의 통·반장 등은 관주도 위계적 거버넌스에 익숙한 경우가 많고, 직능 및 관변단체의 활동 내용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민, 적극적인 활동가 수준의 시민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은 내재화된 피해 의식이 있고, 시민들은 성공의 경험이 별로 없으며, 소통과 갈등해결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시민력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경우에 각론은 잘되고 있으나, 총론은 함께하지 못하는 분절적 구조, 즉 민·관 모두 칸막이로 인한 분리·분절적인 문제가 더욱 이런 상황을 악화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거버넌스의 장애요인으로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행정이 바라보는 시민에 대한 인식은 무지하고, 무책임하고, 공공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기적인 시민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말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민원 대응만 잘하면 되고 시민을 잠재적인 ‘진상 민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행정불신, 권위주의, 부패, 복지부동하는 관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예산회계 제도의 한계로 지나친 통제 위주의 회계처리 제도, 문서중심의 과다한 서류 제출 등 불만이 크다. 이와 같은 상황을 대변 하듯이 최근에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소위 ‘시민사회 3법’ 입법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토론회를 가졌다. 입법을 촉구하는 세가지 법률은 시민사회발전기본법, 민주시민교육지원법, 기부금품법 등으로, 계속 답보상태이다.

따라서 전술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가는 특정한 과정과 시간의 필요함을 인정하고, 상호 합의를 이끌기 위한 공론화 과정과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입법과 관련된 법령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임기가 4년에 불과한 지방자치단체장은 고민은 더욱 더 깊을 것이다.

그리고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는 시민력 강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새로운 주체 발굴을 통한 현장의 분위기 전환과 민간의 기획력도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영역을 의도적으로 키우려는 것(관주도형)이 시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이나 의도를 제거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현장에서 정치와 선거를 분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시민역량을 시민이 스스로 고민하고 쌓아가도록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사회문제의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 행정도 살고 시민사회도 살려면 협치는 반드시 하다. 따라서 행정은 시민사회와의 협치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권한을 나눠야 하고, 기획 - 실행 - 평가의 단계까지 권한과 책임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단순한 참여(동원)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도 공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문제의 해결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하는 원칙을 행정학에서 네트워크를 통한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관리 원칙 (principles for governing by networks)>

 (1)공공가치 강조

- 기존의 조직이나 프로그램 중심의 사고(기존 정책, 조직 경계)에서 벗어나

- 공공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공공가치 달성 방식 탐색

- 민간 자원 동원 가능성 탐색

-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다양한 수준의 정부의 협력 동원 방안 강구

- 특히, 정부 밖의 최첨단 전문가 탐색

 (2) 세밀한 계획 지양

- 완벽하게 세밀한 사전 계획 수립은 불가능함,

- 특히, 사악한 문제의 경우 세밀한 계획 추구는 부적절

- 지나치게 상세한 공식절차나 규정을 강조하여 네트워크의 유연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

 (3) 공공 자금의존 지양

- 공공 자금만이 유일한 네트워크 형성/관리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함

- 정보 등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관리수단 적극 활용할 필요

 (4) 완벽주의 지양

- “the perfect is the enemy of the good”

- 예측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네트워크도 수정 필요하다는 사실 인정

 (5) 새로운 핵심역량 개발

- 전통적인 관료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

- 네트워크를 개념화하고, 통합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통로를 개발

- 네트워크 관리에 필요한 핵심역량 개발 필요

 (6) 유연한 조직 개편

- 맹목적인/이론적 근거 없는 조직규모 “줄이기”나 “늘이기” 모두 부적절

- 전체 공공관료의 수를 줄이는 동시에 핵심 네트워크 역량을 갖춘 고위 관료의 증원

 이것 또한 우리나 행정 현실에서 어는 정도 수용되고 운영이 가능할지 회의가 드는 내용이다. 1970년대 행정학자인 오스트롬(V. Ostrom) 교수는 기존의 전통적 행정학의 기본가정을 극복하고 “좋은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으로 새로운 행정학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즉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기존의 ‘관료제에 근거한 계층제적 통제 헤게모니’와 ‘계층제적 통제 중독’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함을 역설하였고, 그 이후 신공공관리론 뉴거버넌스론, 공공서비스론 등이 등장한 것이다.

망가진 민주주의의 치유

 시민들은 단순히 ‘고객’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행사하고,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있는 ‘주인＇이 되길 원한다. 시민은 사회적 존재로서 시민의 인격적 자존감 확대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 주권자로서의 효능감을 통해서 해결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부활이라는 것을 ‘지역적 결정권’을 주민이 획득한다는 ‘민주주의의 지역화＇라는 의미보다는 지역개발과 발전을 위한 대리집행자를 선출한다는 성장주의의 공간적 확산으로 오해한 측면이 강하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되면서 중앙정부와의 계획권과 개발재원의 배분문제를 둘러싼 자치분권 투쟁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로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삶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청원과 항의로만 의사표현을 하는 정치적 지체 현상에 빠져 버린 것이다. 즉 선거만 하는 민주주의, 즉 대의제민주주의(representative system)가 모든 것이라는 한정된 인식의 결과로 정치인들이 결정권을 독점하고 지배계급으로 군림하여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해 가는 현재의 정치체제로 굳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스위스와 같은 국민투표(referendum)제도, 즉 직접민주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행하게도 헌법개정 사안이다. 이미 스위스를 비롯한 전세계 약 38개국에서 법제화 되어 운영하고 있는 국민(주민)투표 제도를 도입하자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상 제도화되어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국민(주민)투표제도는 스위스에서 1848년 연방헌법을 개정할 때 의회의 결정에 대한 주권자의 개입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즉 의회의 입법적 결정에 대해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유권자 2%)가 원하면 효력을 정지시키고 다시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입법을 제안 할 수 있고, 의회가 이를 부결하면 다시 국민투표로 주권자의 결정을 받는 정치시스템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이 선거로 선출한 대리인들의 결정사항에 대한 주권자의 거부권 행사뿐만 아니라 직접 입법발의와 국민투표를 주권자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스위스에서는 연간 4차례 투표일을 지정해 운영(지방정부도 동일)하고 있으며 1884-2018까지 약 150년간 617차례 국민투표인 레퍼렌덤을 진행하였다. 우리의 경우 반드시 광장에 모여 직접 투표를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인증제도를 활용한 온라인 투표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거래도 온라인으로 처리하면서 정책적 사안에 대한 개인적 의사표현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일부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주민투표를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희망을 가져야

전술한 바와 같은 암울한 여건 하에서도 희망을 주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있어 다시금 기대를 가져본다. 거버넌스 추진에 대한 평가기준은 무엇으로 측정해야 하고, 훌륭한 거버넌스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

진전된 민관협력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를 위한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공무원이 아닌 정부 이외의 행위자의 역할과 파트너십의 수준을 지적하고 싶다. 즉 거버넌스는 단순한 들러리 형식의 회의체 참여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의미하는 것으로 행정의 기획, 실행, 평가단계 등 모든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이다.

두 번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부서 칸막이를 뛰어 넘는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거버넌스 이행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추진체계를 갖추었는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추진을 위한 행정의 조직개편과 중간지원조직 및 이행점검체계 등 인적 물적 개편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소수단체가 대표성을 독점하고 진영논리에 몰입한 결과 나타날 수 있는 정치과잉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주체가 얼마나 나타났고, 관계망 형성이 어느 정도로 진전되었는가 여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공유의 정도와 효율적인 거버넌스 추진을 위한 민간과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거버넌스 역량, 즉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상황에서 거버넌스를 추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버넌스는 종착지가 없는, 계속 되는 진행과정인 업무 추진 방식인 것이다. 늦었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다시 심기일전해서 기본부터 점검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역시 거버넌스는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도구인 동시에 창의적인 지역 디자인 수단이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