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은 주민주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전 기 풍(거제시의회 의원)​

(거버넌스지방정치연구회 공동대표)

* 2021년 11월 9일 <거버넌스 우수활동 발표 및 분권자치 부산진구토론회> 토론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Ⅰ. 지방자치 목적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지방자치의 목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체계 전반에 주민참여의 폭이 더욱 넓어져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분권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주권시대를 맞이하여 주민참여와 자치분권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어 시행된 지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치분권운동은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 다양한 방법으로 펼쳐져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러 제약요인으로 말미암아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많다. 민관협력의 거버넌스 행정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 요소다. 또한 자치분권국가를 지향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민주국가의 틀을 완성하는 중요한 위치에 거버넌스가 존재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중앙·지방협력회의설치법 제정안’,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경찰법 개정안’,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안’ 등 자치분권 주요 법률안이 제·개정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주민주권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첫 번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주민자치 활성화와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주민 주권 구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민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는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고 주민감사·주민소송 기준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도록 했다. 아울러, 지방의회의 의회사무기구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부단체장 증원 등을 통해 자치단체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수위원회 설치 규정을 명문화해 자치역량을 강화했다. 지방의회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윤리위원회 규정을 강화한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미래의 다양한 상황을 감안해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규정을 마련한 점과 기관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한 것도 특징이다. 전자는 지역의 다양한 행정수요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이며 후자는 지역의 적합한 거버넌스 구조를 조성할 수 있는 제도이다.

두번째, 중앙·지방협력회의설치법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와 지역 간 균형발전 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이 확실히 나타났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협력적 관계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세 번째,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은 지역민에게 세심하고 친근한 치안서비스 제공을 하자는 것이다. 자치경찰은 자치분권의 양과 질을 제고하는 방안 중 하나다.

네 번째,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기부금법은 지방재정을 확대해 나갈 기부금제 모금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고향사랑기부제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요소다. 고향사랑 기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지역특산물 판매를 촉진하여 농어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치분권을 향한 발걸음은 더디고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오고 있다. 아직까지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는 자치분권을 향한 주민의 여망을 실현시켜 나가야 할 시기다.

Ⅱ. 지방자치는 주민참여와 자치분권

지방자치는 주민참여와 자치분권이라는 제도적 수단을 활용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주민참여와 자치분권이라는 두 개의 축이 제도화되어야 지방자치의 목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첫째, 주민참여다. 지방자치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에 비해 실행수준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지방자치의 목적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면, 주민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소극적인 참여와 형식적인 제도 운영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민참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립은 물론, 실행과 평가과정 전반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둘째, 자치분권의 실현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사무의 지방자치단체 위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자치분권의 근간인 지방자치단체 재정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통제되는 자치재정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8년 9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동반자적 관계로 전환하고,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에게 있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지고, 들불처럼 자치분권운동이 타오르고 있다. 내년 대선의 주요 쟁점이 민주국가 국민여망이 담긴 자치분권 실현이 될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통한 자치분권의 역량을 모으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계획권 등 자치분권 자율성이 확대되고, 광역과 기초의회의 인사권 독립 및 의회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게 되면, 거버넌스 행정체계 구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중앙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자치분권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치분권의 토대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거버넌스 행정체계 구축에 온 힘을 기울여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거버넌스체계 구축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다양한 제 부문 영역이 수평적 연대와 협력으로 공동체 운영에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주민들이 공공의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자율과 책임, 참여와 합의, 실천과 협력, 조정과 통합의 거버넌스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거버넌스의 각 주체들마다 성숙과 사회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다원적 휴머니즘 사회체제를 지향해 나가는 가운데 민주주의의 꽃은 활짝 피워지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Ⅲ. 마을자치연금에 거는 기대

연금만큼 노후생활에 필요한 소득보장제도는 없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매월 일정한 소득이 보장하는 연금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 기본소득제는 찬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기도 하다. 세계 3대 기금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국민연금 조차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금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적은 금액을 납입하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시행하는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중요한 복지제도다. 그러나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세대갈등을 넘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및 탈농어촌, 지역의 경제위기 등의 영향으로 지방소멸위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역별 인구소멸 위험지수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108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방소멸지수 기준은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나눈 값으로 산정한다. 2020년 말부터 출생자 대비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어 인구의 자연감소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농어촌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어려움은 빈곤, 고독감, 사회적 소외 등을 야기하며, 심리적 안정 및 해소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 159만명 중 절반이 빈곤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노인 무연고 사망(고독사)자 또한 2016년 대비 2020년 5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가족해체와 더불어 노년층의 고독감 해소를 위해 현 거주지 중심 사회참여를 강화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추진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인복지 정책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마을자치연금이 관심을 끌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시행한 지 32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금은 열 효자 부럽지 않다’고 할 만큼 국민의 노후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방소멸위험에 놓인 지방자치단체일 경우, 마을자치연금을 통한 사회보장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은 필연적 과제다.

마을자치연금은 마을 단위 주민들이 상호 공동생산에서 창출되는 수익금을 활용하여 자력으로 소득활동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연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다. 전국민 기본소득제와 국민연금제도의 미비점을 마을공동체를 통해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시적인 포플리즘 정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직 시행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초고령사회 복지정책으로 주민들에게 큰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마을공동체는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훌륭한 유산이다. 마을단위 공동재산 수익금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관이 협력하여 수익모델 시설을 지원하면 얼마든지 마을자치연금 모델을 갖출 수 있다.